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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다운공동체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한 지 9개월이 되어 갑니다. 작년 9월 담임목사님과 첫 면접을 할 때, 목사님의 첫 질문은 최목사님은 목회가 뭐라고 생각하세요?”였습니다. 그 질문에 대해 저는 목회는 사람을 세우는 일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다운공동체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하면서, 적지 않은 나이에 유아유치부 사역을 해야 하는 상황, 순천과 울산을 오가야 하는 불편함, 일주일에 절반 이상을 혼자 지내야 한다는 부담감 등, 새로운 교회에 적응해야 하는 저로서는 여러 가지 쉽지 않은 환경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가정교회를 하는 교회에서 다시 사역을 시작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그 교회가 다운공동체교회여서 더 감사했습니다. 목회가 사람을 세우는 일이라면 가정교회만큼 사람을 세우고, 변화시키는 열매를 볼 수 있는 곳은 없다는 것을 순천에서의 사역을 통해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사는 동안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은 사람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을 키우는 일이란 가정교회 안에서는 한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여 그를 제자로 만드는 일이겠고, 부모라면 자녀를 하나님의 말씀대로 잘 양육시키는 것이며, 교사라면 맡겨진 학생들의 멘토로서의 역할을 잘 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맹자는 이것을 곧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라고 표현하면서 군자가 누리는 세 가지 즐거움 가운데 하나로 사람을 키우는 일을 꼽았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사람이 사는 동안 하는 일 가운데 가장 힘들고 지치는 일 또한 사람을 키우는 일인 것 같습니다. 목자, 목녀, 부모, 교사, 모든 사역자의 공통된 좌절감과 절망감의 이유는 하나인 것 같습니다. 바로 사람이 정말 바뀌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세우는 일을 일컫는 사역(, 부릴 )은 흔히 죽을 사() 자 염병 역() 자인 사역(死疫)으로 전락하는 수가 많습니다. 사람 때문에 속상하고 시달리고, 사람 때문에 갈등하고 고통당하다 보면, 사역자로서의 기쁨이나 보람, 목적을 잃어버리기가 얼마나 쉬운지 모릅니다. 심지어 사람 때문에 영성과 인격이 황폐해지고, 사역을 떠나게 되며, 심지어 육체의 건강마저 잃는 지경에 이르기도 합니다.

 

사역자의 모델인 바울 사도도 그랬을까요? 우리가 사람 때문에 아무리 마음고생을 한다 해도 바울 사도와 견줄 수 없을 것입니다. 고린도후서 1128-29절에서 바울은 이 외의 일은 고사하고 아직도 날마다 내 속에 눌리는 일이 있으니 곧 모든 교회를 위하여 염려하는 것이라 누가 약하면 내가 약하지 아니하며 누가 실족하게 되면 내가 애타지 아니하더냐이것은 사람 때문에 겪은, 특히 믿음의 사람들을 섬기면서 당한 심리적 압박감과 고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바울은 사람에게 시달리고, 사람에 대한 실망으로 갈등하면서도 사역을 하면 할수록 더욱 성숙하고 충만한 은혜를 누리면서 하나님을 섬겼습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을까요?

 

첫째 비밀은 소명의식입니다. 사역자(事役者)라는 단어를 풀이하면 누군가의 시킴 혹은 부림을 받아 일하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그 부리는 누군가를 누구로 이해하느냐에 따라 사역자의 질이 달라집니다. 바울은 그 누군가가 하나님이심을 정확히 인식했습니다. 하나님이 시키셔서, 예수님이 하라고 맡기셔서 일하는 것을 소명(召命)이라고 합니다. 목자,목녀로 목장사역을 맡아 섬기든, 주일학교 교사로 섬기든, 부모로 자녀를 키우든 그것은 하늘의 왕이 나를 불러 시키신 일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사람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며 휘청거리는 사역(死疫)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비록 부족하지만 하나님이 사람들 속에서 일하실 동안 사람들 밖에서 일하는 그분의 동역자다이보다 더 큰 영광도, 더 큰 책임도 없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그분의 동역자로 부르셨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비밀은 소망입니다. 예수님을 배신하고 떠났던 제자들, 그 실패자들을 바라보시며 예수님은 실망과 분노에 젖어 하늘로 올라가지 않으셨습니다. 온 세상 모든 사람을 제자로 삼는 하나님 나라의 큰 일꾼들로 보셨습니다. 사람은 누군가 그에게 거는 기대와 소망만큼 자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교육학에서는 그것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부릅니다. 피그말리온이라는 조각가가 자기가 조각한 상아 여인상을 실제 살아있는 여인처럼 극진히 사랑하는 것을 본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그 여인상에 생명을 주었다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을 키우는 사람은 항상 사람에게 최상의 기대와 소망을 걸어야 합니다. 그들의 과거가 아닌 미래, 현재가 아닌 미래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사람을 키우는 지루함과 고단함과 속상함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셋째 비밀은 주권 의식입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주인이 내가 아닌 예수님임을 늘 의식하는 것입니다. 이 일의 시작도 그분이었고 이 일의 목적도 그분이 이루실 것이며, 지금 나와 함께 그 과정을 이루시는 분도 그분임을 믿는 것입니다. 끝이 뾰족한 연필이 설 수 있겠습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연필 스스로는 설 수 없지만, 내가 손으로 붙들면 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하는 사람들이 과연 멋진 성도로 설 수 있을까요? 하나님이 붙드시면 설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그것을 믿었습니다. “너희 안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는 확신하노라”(1:6). 그러한 하나님의 주권을 믿는 믿음으로 일할 때만 사역이 거듭될수록 우리 자신과 맡겨주신 사람들을 멋지게 세우는 축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코로나의 위기가운데 있지만, 가정에서 목장에서 그리고 교회학교에서 자녀를, 지체를, 제자를 키우고 세워나가는 우리의 사역은 계속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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