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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요즘 이런 애가 있나? 요즘 세상에? 그래서 한 거예요. 그럴 정도로 진정성. 아니, 진실된... 그래서 하게 됐어요...내가 희망을 봤다. 코리안-아메리칸이잖아요, 한국 사람의 종자로 미국 교육을 받아서 굉장히 세련된 한국인이 나온 거다. 너무 희망적이었다. 그 세련됨을 보는 게. 그래서 내가 43살 먹은 애인데 존경한다고 했어요.“

 

윤여정 선생이 인터뷰 말미에서 정이삭 감독에 대해서 한 이 말은 사실 제3문화 아이들(TCK-Third Culture Kids)의 장점에 대한 말이었습니다. 잘못 이해하면, 코리안-아메리칸은 모두 진실한 사람이 되거나 세련된 사람이 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본인도 인터뷰 중에 이 부분을 염려하는 듯한 말을 했지만, 그렇지도 않을뿐더러 핵심은 그것이 아닙니다

 

흔히 TCK로 통용되는 제3문화 아이들(Third Culture Kids)이라는 말은 사회과학자인 존 우심과 루스 우심 박사 부부가 1950년대에 인도에 가서 외무부 직원으로, 선교사로, 기술직 고문 등으로, 인도에 와서 일하고 있는 미국인들을 연구하다가 처음 사용했습니다. 이때 우심 부부는 재외국인들은 고국과도 다르고 체류국과도 다른 그들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것을 정리하기 위해 그들의 고국 문화를 '제1문화'로, 그들이 현재 살고 있는 체류국 문화를 '제2문화'로 그리고 재외국인 공동체가 공유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중간 문화, 혹은 "문화들 간의 문화"라고 구별하고 이를 '제3문화'라고 이름 붙였고 이 중간 문화에서 자란 아이들을 '제3문화 아이들'이라 불렀습니다.

 

TCK들의 성장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두 문화 사이에서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두 배 이상의 스트레스와 정체성의 혼란을 겪습니다. 아마 우리 교인들 가운데서도 외국에서 살면서 자녀를 키워 본 분들은 이 말의 의미를 알 것입니다. 또한 주변에 지인들 중에서 이민을 간 분들의 자녀나 조기 유학 간 자녀들로 인해서 힘들어 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한두 가지 정도는 들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이 선택하지도 않은 삶이 사실은 기회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삶의 독특함과 정체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될 때는 어느 문화에도 제대로 끼지 못하는 3류 인생이 아닌 오히려 제3의 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실제로 20세기 이후 부모로 인해서든 자신들의 선택으로 인해서든 제3문화 아이로 자란 사람들이 각 분야에서 독특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의 최고의 장점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확장된 세계관입니다. 즉, 동일한 대상을 보는 방법이 한 가지 이상이라는 TCK들이 세상을 보는 인식은 전혀 다른 두 문화를 통합해서 새로운 것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마치 한국 할머니들만의 독특한 정서를 미국영화 시스템에 담아 전 세계인들의 공감을 일으키는 보편적 감동을 만들어 버린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것 아세요? 모든 그리스도인은 이미 TCK라는 사실 말입니다. 제일 처음 성경에서 만나는 TCK는 가나안으로 이민 온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입니다. 애굽으로 팔려간 요셉이 있습니다. 포로로 잡혀간 다니엘과 세 친구도 TCK입니다. 애굽에서 노예 생활했던 이스라엘 백성들도 두 문화 속에서 산 TCK였습니다. 출애굽 한 그들은 또 다시 TCK였습니다. 더 나아가 예수님도 천국에서 이 땅에 이민 온 TCK였습니다. 그리고 이 땅의 문화에 젖어 살다가 예수님을 믿고 제자가 된 12 제자들 역시 하나님 나라로 이민 간 TCK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당연히 TCK입니다. 유교 문화에서 살다가 예수를 믿어 하나님 나라로 이민 간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시민권은 두 개입니다. 즉 우리는 코리언-크리스천입니다. 그런데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모든 코리언-아메리칸들이 진실되고 세련된 사람이 아니듯이 모든 코리언-크리스천들이 매력적인 사람들은 아닙니다. 저는 짧은 기간 캐나다와 미국 생활을 하면서 안타까운 코리언들을 많이 봤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우리 주위에도 안타까운 코리언-크리스천들이 있습니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제가 지켜 본 안타까운 코리언-아메리칸이나 캐네디언들의 특징을 한 가지만 말하자면 이민을 왔음에도 그 나라의 말이나 문화를 배우려 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민 온 그 시점의 한국 문화에서 정지된 상태로 살아갑니다. 차라리 계속해서 한국에서 살았더라면, 유교적이지만 한국인으로는 계속 성장했을텐데 말입니다. 결국 자신은 미국이나 캐나다에 살고 있다고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살지만 실상은 한국인로서도 미국인이나 캐나다인으로서도 양쪽 모두에서 성장을 멈추어 버린 사람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그 사실을 자신만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안타까운 코리언-크리스천이란? 하나님 나라로 이민을 왔음에도 하나님 나라의 언어와 문화가 담긴 성경의 언어나 문화를 배우지 않는 사람일 겁니다. 그 역시 자신은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자부하지만, 실상은 유교적인 가치와 기독교적 가치 모두에서 성장을 멈추어 버린 것을 자신만 모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기독교는 1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성경적 기독교가 아닌, 유교적 기독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자연히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도 우리는 성경적인 그리스도인이 아닌 유교적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갑니다. 그렇다 보니 TCK로서의 장점인 진실되고 세련된 매력을 주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제 글이 어느 정도 공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하나님 나라, 성경 속으로 이민 온 TCK들입니다. 그렇다면, 이왕 하나님 나라의 이민자로서 진실되고 세련된 TCK가 되어 보십시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속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추한 3류가 아닌, 제3의 대안을 가진 매력적인 그리스도인으로 한번 살아보십시다. 그렇다면, 오늘부터 다시 성경의 언어를 배우고 성경의 문화를 배워서 삶에서 연습해 보는 저와 여러분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이민자들은 정말 열심히 삽니다. 그 이유는 그들의 자녀들이 100% 코리언, 100% 미국인이나 캐네디언이 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도 우리 자녀가 100% 코리언, 100% 그리스도인이 되길 원한다면 '열심히/성경대로'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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